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대학신문방송국

HIGHHANBAT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문화

[514호] 한국의 첫 우주 SF 영화 <승리호>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645 등록일2021-03-09

<승리호>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 우주선인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출연하고 조성희 감독이 작품을 맡게 되었다. 지난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폐허가 된 지구, 돈이 없어 화성으로 이주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담은 <승리호>가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한국영화의 특성중 하나인 아이에 의한 희망이다. 영화 <승리호>는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화성이 새 식민 행성이 된 2092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 이름은 UTS이다. 돈 있는 일부 계층만 이주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급 사회다. 돈 없는 하층민은 오염된 지구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야 한다. 인류 이주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도 군도 아닌 기업이다. UTS의 수장인 설리반 박사는 지구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하며 화성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한편,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닥치는 대로 하는 장 선장, 태호, 타이거 박, 업동이는 손발이 척척 맞는 우주 청소부다. 전 세계인들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 살아가는데 그중에서도 승리호는 정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해적단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후 승리호는 사고 우주정을 수거하면서 설리번 박사가 대량 살상무기라고 말한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곧 터질 것이라는 경고와 달리 꽃님이란 이름의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의 아이다. 이때부터 승리호 선원들은 갈등한다.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상금과 맞비꿀 것인가, 보호할 것인가. 지구를 파괴하고 새로운 지구를 만들려는 세력과 지구의 마지막 희망인 꽃님이를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한국 최초의 SF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승리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속 막대한 제작비를 사용한 극장용 영화임에도 이례적으로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스크린에서 상영할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눈물을 머금고 OTT 서비스로의 전환을 택했다. 하지만 OTT 서비스 성격상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을 때 여러 번 재관람할 수 있다는 것과 전 세계로 송출된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진 어떤 선택이 맞는지 자명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승리호>는 국경선의 경계가 모호해진 미래에 지구 밖에서 한국인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생각한 끝에 나온 영화다. 인공위성 및 비행물체 파편으로 거대 쓰레기장이 된 우주에서 이를 수거하는 청소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거란 발상이다. SF영화이다 보니 당연히 마블 스튜디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교 대상이 되지만,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한국인이라니 새롭기도 하고 한국인들의 구미를 잡기도 쉬웠다.

그동안 수많은 히어로 영화에서는 백인이 지구를 지키고 나아가 우주까지 수호했다. 최근에서야 <블랙 팬서>처럼 인종 다양화를 이룬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인의 히어로의 활약은 전무했다. 앞으로 개봉 예정인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가 있지만 아직까지 영화계에서 아시아 히어로는 낯선 존재다.

조성희 감독은 오리지널 국산 히어로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이 사소한 물음으로 영화 작업에 돌입했고, 승리호라는 이름으로 타이틀을 달았다. <승리호>의 매력은 아마도 한국적인 것에 있을 것이다. 익숙해서 잘 몰랐던 우리만의 생활과 문화가 우주선 여러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된장찌개와 김치, 콩자반이 밥상에 오르고 현금 대신 쌀로 물물교환이 이루어 지고 한글을 배우는 아이도 등장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목돈 마련 대책인 계모임도 등장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 미래에도 존재한다면 아마도 이 영화와 같은 모습일 것이다.

<승리호>는 비주얼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비주얼은 상업영화 장르에 충실히 따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황무지 같았던 한국 영화의 SF 장르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말로 부족할 만큼의 높은 수준을 보인다. 애초 영화 극장에서 개봉할 영화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세심한 부분까지도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따라서 작은 화면에서 모든 것을 전달받지 못하는 느낌의 답답함을 느꼈다. 역시 큰 화면에서 본다면 오락성과 웅장함이 극대화되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이야기 구성은 평범하며 간단했다. 전반적으로 내용 유추가 가능하며 SF 영화가 아닌 기본적인 한국 영화에서도 보일 법한 내용구성으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한국형 SF 영화 최초의 타이틀을 달은 <승리호>가 한국 영화 다양화에 기여한 성과만큼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승리호>를 필두로 상상력과 자본력이 결합한 다양한 한국형 SF영화가 나오길 기대한다.

글 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