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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505호] (문학산책) 사람이 온다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400 등록일2020-03-16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짝을 훑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은

또 어떤가

마치 그 빛이 사람한테서 뿜어 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2017년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시집은 바라던 일이 잘되지 않는 그 자리에서 마음속 혼잣말들을 쌓아 올려 더는 혼자가 아닌 말로 마무리한다. 그중 사람이 온다는 우리에게는 저마다 맞고, 필요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따뜻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삼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점점 내게 왔다. 시인은 을 인연이라고 비유하고, ‘실을 묶는 사람을 각자의 인연을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다. 인연이라는 실은 연약해 쉽게 끊어질 수 있지만, 시에선 손목이 끊어질 정도로 질기다고 표현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저마다의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있다고 하여 그 문을 닫아 줄 사람이 온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겐 저마다의 맞는, 필요한 짝이 있으며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 사람은 분명히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살면서 내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은 당신의 사람은 어딘가에 꼭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믿음으로 마음 한구석에 있는 외로움을 떨치길 바란다.

 

글 홍우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