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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507호] (기자의 눈) 확진자 동선 공개는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될까?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1,135 등록일2020-05-27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한다. 확진 판정이 나면 지역과 번호를 붙여 이동 경로를 상세히 공개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현재 방식이 과연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확진자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숨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HIV(에이즈) 검사를 익명에 무료로 받을 수 있다. HIV는 일상생활에서 감염되기 쉽지 않으며, 혈액이나 성 매개로 감염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HIV 감염의 99% 이상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를 통한 감염이라는 지표가 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HIV 검사를 세금까지 들여 익명에 무료로 해주는 것일까? HIV에 걸린 사람은 위험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집단 감염 발생 가능성이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HIV 의심자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봐줘야만 하는 데 있다. 만약 익명 처리가 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염 사실이 공개된다면 감염자는 검사를 받으러 갈 수 없다. 혹여 확진 판정을 받으면 평생 낙인이 찍혀 일상생활은 물론 취직에도 문제가 생겨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검사를 받지 않는 HIV 감염자가 늘어날 것이고, 그럴수록 HIV를 통제하기는 어려워진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동선을 공개하는 것은 누군가에겐 죽기보다 싫은 비밀을 강제적으로 밝히게 하는 것일 수 있다. 당연히 이 사람은 자신의 동선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의심 증상이 있더라도 검사를 받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매체들은 사람들의 반응을 얻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특수한 확진자 위주로 보도한다. 할머니한테 옮긴 확진자, 와이프는 옮기지 않고 처제만 옮긴 확진자, 헬스클럽 회원 확진자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모텔과 술집에 다니며 활발히 돌아다녔던 확진자와 일상의 대부분을 피시방에 다녔던 확진자를 대놓고 비교하며 인싸 아싸 확진자라며 조롱한 일도 있었다. 당연히 표적이 된 확진자들은 전 국민의 가십거리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특별히 숨기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검사를 받는데 거부감을 들게 한다.

따라서 방역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 번호를 붙여가며 동선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하며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만 공개를 하는 편이 훨씬 방역에 효과적일 것이다. 보다 직관적이며, 앞서 언급한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확진자의 동선을 상세히 공개하는 이유는 밀접 접촉자를 확인해 3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3차 감염자를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최초 감염자를 먼저 찾아야 한다. 최초 감염자를 찾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생각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목적이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여러 확진자가 방문했던 장소를 묶어 시간대별로 공개하는 방안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면서 사생활 침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앞으로 익명 검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익명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람들의 주의가 시들해진 것도 큰 문제다. 홍대, 신촌, 이태원 등 핫플레이스는 코로나19 초창기에만 썰렁했을 뿐, 항상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며 여행객이 급증했다. 황금연휴 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179천여 명에 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도 홍대, 이태원에서 코로나가 발생하니 건대 앞으로 집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안전 불감증 문제는 잦은 긴급재난문자 탓도 있다. 네이버, 유튜브 등에 긴급재난문자를 검색하면 무음, 차단 설정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수없이 많다. 중복되는 내용이 많고, 타지역 문자가 오는 경우도 있으며, ‘집회 금지’, ‘손을 잘 씻읍시다와 같은 기본적인 수칙을 안내하는 등 긴급이라고 하기에는 지금 당장 유용한 정보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긴급 알림이 오니 당연히 안전 불감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황금연휴 기간에 아무리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도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위해서는 동선 공개 방식을 장소, 시간 공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상황에 맞는 지침을 내려 과도한 긴급 문자를 보내는 데 주의해야 하며, 국민은 항상 경계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의료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글 한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