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대학신문방송국

HIGHHANBAT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글로컬 산학일체 혁신대학

여론

[513호] 동학 개미의 힘은 어디까지?

작성자한밭대신문사  조회수424 등록일2021-01-19

지난 7,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돌파했다. 195633일부터 국내 주식이 개장되었으니 6410개월 만에 도달한 수치이며, 20077252,000 돌파 이후 135개월 만에 앞자리 숫자가 바뀐 것이다. 특히 상승장의 일주일은 열기가 대단했다. 20201230일부터 202118일까지 단 영업일 6일 만에 2,873에서 3,152까지 11.8%(332포인트)가 상승하는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증시는 그동안 박스피라는 부정적인 별명이 있었다. 박스피란, 박스와 코스피의 합성어로, 세계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반면 코스피 지수는 수년간 1,700-2,500 사이에서 머무르며 그 이상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하지만 드디어 3,000이 넘어가 박스피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우리 증시는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하며 개인 투자자는 이들에게 휘둘렸었다. 기관과 외국인은 투자 규모 자체가 개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투자 정보 역시 개인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시작된 동학 개미 운동으로 상황은 역전됐다. 동학 개미 운동은 지난해 319일 코스피 지수가 1,457(-8.39%)까지 폭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한 현상을 동학 농민 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당시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가 42천 원까지 하락해 지금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퍼져 주식에 관심 없던 20·30세대가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코스피는 반등하여 두 달 만에 제자리를 찾아갔다. 지난해 2월 개인 투자자들의 예탁금이 20조 원이었던 것에 비해 3월 증시가 반등하던 시점에선 45조 원인 것을 보면 동학 개미의 자금이 얼마나 컸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코스피 3,000의 주역 역시 동학 개미였다. 증시가 3,000을 돌파한 당일 기관은 5,363억 원, 외국인은 2,089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7,284억 원을 순매수하며 이 물량을 전부 받아냈기 때문이다. 동학 개미의 활약은 삼성전자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106만 원(시가총액 400)을 달성한 지 17 거래일 만에 7만 원(시가총액 460)을 달성했고, 또다시 18일 만에 다시 8만 원(시가총액 530)을 돌파했다.

그리고 이달 8, 장중 9만 원(시가총액 600)을 돌파하며 대장주임에도 단기간에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끝없는 상승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기존 증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이다라고 밝혔고, 동학 개미 사이에서는 삼성전자는 오늘의 고점이 내일의 저점이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코스피 3,000, 삼성전자 9만 원 돌파 이후에도 동학 개미의 주식 열풍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내느라 증시에 개인의 자금이 많이 투입되었지만, 고객 예탁금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느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규 유입 자금과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하루 평균 5만 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되고 있으며 고객 예탁금은 72조로, 지난해 3월 동학 개미 운동이 시작되어 주식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도 60% 늘어났다.

이러한 시장 과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316일 재개되는 공매도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하는 투자 전략이다. 공매도는 일반적으로 주식의 가치와 상관 없이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경우에 이를 정상가로 돌려놓고 유동성을 늘리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주가를 하락시켜 시세를 조종하거나 빌린 주식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의 문제가 생기는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20203월 코로나19 사태로 공매도가 금지되었다. 공매도 금지는 지난해 8월까지 실시 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아 6개월 연장해 315일까지 실시 될 예정이다. 코스피 3,000을 돌파하는데 동학 개미의 막대한 자금이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공매도 금지법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이다.

또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에 자금이 많이 풀려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찾다 주식시장으로 몰렸다코스피 지수 상승이 기업 실적이나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률과 연계된 것인지 비교하면 과도하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주된 매수 세력이 과거 외국인에서 개인 투자자로 바뀐 것에 의의는 있으나, 금융 건전성 측면에선 취약하다고도 볼 수 있다향후 기업실적 평가와 자금 유동성, 개인 매수자들의 금융 안정성 결과를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식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신규 투자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시가총액, 호가, 주당 순이익 등 주식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모른 채 일단 시장에 진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 더 이상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모습은 긍정적이나, 단순히 남들이 사니까라는 이유로 뇌동매매를 하며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글 한동욱 기자